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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66

떠도는 자의 아름다움, 『크눌프』를 읽고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인물이 있다. 현실에선 결코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왠지 마음 한편이 저릿해지는, 부러움과 연민이 동시에 드는 인물.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Knulp)』는 그런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을 품고 있는 이야기다. 그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 하지 않으며, 길 위에서 삶을 보낸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동시에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바로 그 ‘크눌프’다.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크눌프라는 인물의 삶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사랑을 놓치고, 일도 하지 않으며, 병든 몸으로 방랑하는 그의 삶은, 현실에선 파멸에 가까운 삶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그가 과연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됐다. 그는 외롭지만, 고요한 평화를 가.. 2025. 4. 9.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나 자신을 마주하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 처음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고전 호러소설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중인격, 광기, 살인, 도덕과 본능의 충돌. 흔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차용된 ‘지킬과 하이드’의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은 어느 순간 진부한 상징이 되어버렸고, 너무 익숙해서 도리어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하이드’가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느꼈기 때문이다.이 소설은 단순히 ‘착한 의사’와 ‘악한 괴물’의 대립 구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가장 본질적인 투쟁을 그려낸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억압과 충동, 사회성과 본능 사이에서 찢겨 나가는 한 인간의 고통이다. 그리고 지.. 2025. 4. 9.
『수레바퀴 아래서』 – 부서진 영혼, 교육의 이름으로 짓밟힌 꽃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무언가 고요하게, 그러나 무섭게 가라앉는 감정이 내 안에 퍼졌다. 한스 기벤라트의 짧고도 애달픈 삶을 따라가는 내내 나는 그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마치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채로 점점 깊은 강물로 가라앉는 친구를 바라보는 느낌.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과 무관심, 순응이라는 이름의 억압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보고서다.『수레바퀴 아래서』 – 부서진 영혼, 교육의 이름으로 짓밟힌 꽃한스는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신학교에 진학하는 유망주다.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소년이다. 그러나 그 기대는 축복이 아닌 압.. 2025. 4. 9.
『자유로부터의 도피』 –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자유 그 자체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는다는 건, 인간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어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일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라는 개념이 사실은 얼마나 복잡하고 무거운 것인지, 또 때로는 그 자유로 인해 얼마나 인간이 불안해질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우리가 자유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 자유를 회피하거나 다른 형태로 위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하게 유효하다.『자유로부터의 도피』 –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자유 그 자체다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자유'에 대한 나 자신의 모순된 태도였다. 나는 늘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누군가 내게 "그 자유를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2025. 4. 9.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낭만이란 이름의 질병, 혹은 눈부신 열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끝, 절망의 끝, 삶의 끝까지 나아간 한 젊은이의 무모한 고백이자, 동시에 시대와 사회에 대한 암묵적인 저항이다. 나는 이 책을 마치 베르테르의 유서처럼 읽었다. 문장마다 배어 있는 그의 고통과 열망, 현실과 이상의 충돌 속에서 어떤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우리는 흔히 낭만주의를 '아름다움'으로 포장하지만, 실상 낭만이란 삶의 균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베르테르는 바로 그 균열 한가운데에서 살아간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끝내, 그 균열에 삼켜졌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낭만이란 이름의 질병, 혹은 눈부신 열병베르테르가 샤를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2025. 4. 8.
『프랑켄슈타인』, 인간이라는 괴물을 마주하다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읽은 건 꽤 오래전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유명한 고전 하나를 읽었다는 만족감만 있었을 뿐, 그 속에서 메리 셸리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이 작품은 내게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단순히 과학의 오만이나 창조와 책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 존재 자체를 심문하는 문학이었다.『프랑켄슈타인』, 인간이라는 괴물을 마주하다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고자 했다. 죽은 자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지식을 얻게 된 그는, 두려움보다는 영광에 눈이 멀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생명이 탄생한 그 순간 그는 도망친다. 그 피조물은 아직 말도 못 하고, 감정도 모른 채로 막 태어났을 뿐인데, 그 모습이 .. 2025.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