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도 배웅도 없이』 – 아무도 맞아주지 않는 날, 시는 나를 기다려주었다
처음 『마중도 배웅도 없이』라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 나는 이미 마음 한구석이 스르륵 젖어들었다.“그래, 인생이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몰라.”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줄 것 같지도 않고, 어딘가 떠나는 순간에도 배웅받지 못하는 삶.그런 무수한 순간들을 박준 시인은 정말 조용하고, 낮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박준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을 들킨 기분이 든다.이번 시집도 그랬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삶과 죽음, 관계와 이별, 그리고 잊힘의 감각을 다룬다.그러나 슬픔을 밀어붙이지 않고, 작고 사적인 말투로 속삭인다.그래서 더 오래 아프고, 그래서 더 따뜻하다.『마중도 배웅도 없이』 – 아무도 맞아주지 않는 날, 시는 나를 기다려주었다박준의 시는 언제나 남아 있는..
2025. 4. 12.
『줬으면 그만이지』 – 주고도 지치는 이들을 위한 묵직한 한 문장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줬으면 그만이지.”무심하고 툭 내뱉는 듯한 그 말 한마디가,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고, 말을 아끼지 않았던 내 삶의 자취 속에서 나는 자주 지쳤다.그런데 그 지침은 ‘받지 못함’보다, 기대에 대한 배신감에서 왔다.나는 주면서도 바랐다. 고맙다는 말, 눈빛, 최소한의 반응 같은 걸.김주완 작가의 『줬으면 그만이지』는 그런 마음을 단단히 흔들어 놓는다.이 책은 삶을 말하고, 관계를 다루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무겁고도 뻔한 질문에 대해, 전혀 뻔하지 않게 답한다.간결한 문장들, 무심한 듯 묵직한 문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단한 태도.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한동안 말을 아..
2025.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