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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으면 그만이지』 – 주고도 지치는 이들을 위한 묵직한 한 문장

by rya-rya-day 2025. 4. 11.

쥈으면 그만이지 책 관련 사진
쥈으면 그만이지 책 사진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줬으면 그만이지.”
무심하고 툭 내뱉는 듯한 그 말 한마디가,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고, 말을 아끼지 않았던 내 삶의 자취 속에서 나는 자주 지쳤다.
그런데 그 지침은 ‘받지 못함’보다, 기대에 대한 배신감에서 왔다.
나는 주면서도 바랐다. 고맙다는 말, 눈빛, 최소한의 반응 같은 걸.

김주완 작가의 『줬으면 그만이지』는 그런 마음을 단단히 흔들어 놓는다.
이 책은 삶을 말하고, 관계를 다루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무겁고도 뻔한 질문에 대해, 전혀 뻔하지 않게 답한다.
간결한 문장들, 무심한 듯 묵직한 문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단한 태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한동안 말을 아꼈다. 말로 옮길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에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줬으면 그만이지』 – 주고도 지치는 이들을 위한 묵직한 한 문장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기대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체념도, 냉소도 아니다.
그보다는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관계를 더 편안하게 유지하려는 선택이고,
내 마음을 덜 상하게 하기 위한 보호막에 가깝다.

김주완 작가는 말한다.

“줬으면 된 거다. 줬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 짧은 문장이 내게 던진 울림은 꽤 컸다.
나는 언제나 관계 안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썼다.
줬으면 받아야 하고, 이해했으면 이해받아야 하며, 아껴줬으면 그만큼 아껴주길 바랐다.
그게 사람 사이의 상식이라 믿었고, 그래서 상처도 컸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건 네 몫이 아니라, 상대의 선택일 뿐이야."

마음에도 그릇이 있다면, 넘치기 전에 멈춰야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은 “적정선”이었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난다.
배려도, 애정도, 선의도 마찬가지다.
나는 종종, 누군가를 너무 이해하려다 나를 잃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마음속 깊은 데서는 ‘이 정도면 알아줄 때도 됐잖아’라는 기대가 차오르고 있었다.

김주완 작가는 그러한 우리의 내면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자주 “멈추라”고 말한다.
더 주지 말고, 더 바라지 말고, 너무 오래 서 있지 말라고.

그 말은 어쩌면 도망치듯 들릴 수도 있지만, 실은 그보다 더 성숙한 태도다.
그건 관계를 끊으려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배려에도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걸, 사랑에도 여백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배웠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이 책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가혹하다.
좋은 사람은 싫은 말을 하지 못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늘 계산하며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배려하고도 상처는 꼭 ‘좋은 사람’이 더 많이 받는다.

김주완 작가는 단호히 말한다.

“착한 사람도 결국 무너진다. 착하다는 건, 지혜롭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이 말이 뼈아프게 와닿았다.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좋음’은 내 감정과 타협한 결과였다.
속상한데 웃고, 서운한데 괜찮다고 말하고, 울고 싶을 때 꾹 참았다.

『줬으면 그만이지』는 그런 내게 솔직해지라고,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챙기라고 말해준다.
착한 사람보다는 ‘균형 잡힌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이 책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삶의 태도 전반에 대한 통찰도 가득하다.
빨라야 성공하는 사회, 많이 가져야 가치 있다는 세상 속에서
김주완 작가는 멈춤의 미학, 비움의 자유, 덜어냄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 열심히 사는 게 늘 잘 사는 건 아니니까.”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나는 항상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았다.
계획표를 세우고, 리스트를 채우고, 빈 시간을 죄책감으로 채웠다.
하지만 정작 그 열심 안에는 내가 없었다.
그저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을 향해 숨 가쁘게 달릴 뿐이었다.

김주완 작가는 말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멈춰도 괜찮다”고.
그 말은 나를 놓아주는 말이었다.
비로소 나는 ‘살아내기 위한 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비워야 채워진다 –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하여

이 책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말은 ‘혼자’라는 단어다.
혼자 산책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걷고, 혼자 멈춘다.
그리고 그 ‘혼자’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한다.
외롭고, 소외되고,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김주완 작가는 정반대로 말한다.
혼자일 때 진짜 내가 드러난다고.
그리고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되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도 훨씬 단단해진다고.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자.
그 속에서 우리는 채워지고, 회복되며, 단단해진다.

마무리하며 – 줬다면, 이제 나를 챙겨야 할 시간

『줬으면 그만이지』는 많은 걸 주고도 허기진 사람들,
늘 누구에게 맞춰 살다가 지친 사람들,
다른 사람을 이해하다가 나를 놓쳐버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위로의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하게, 묵직하게, 단단하게 말한다.

“당신, 충분히 애썼어요. 이제 그만 놓아도 돼요.”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삶의 균형을 점검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작고 단단한 울림 하나를 마주했다.

“이제 나를 더 챙기자.”

그건 이기심이 아니다.
그건 내 마음의 온도를 지키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