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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 진짜라는 말 앞에서 내가 진짜인지 되묻다

by rya-rya-day 2025. 4. 11.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책 관련 사진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책 사진

책을 다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혼모노’라는 말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가슴 한구석을 건드렸다. 성해나 작가의 문장은 섬세하고 단단했다. 한없이 조용하게 속삭이는 것 같다가도, 문장 끝에 이르러선 날카로운 단도처럼 내 안의 비위를 찔러댔다.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 ‘진품’을 뜻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는 단순히 가짜와의 구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존재하는 태도, 흔들리면서도 붙잡고 있는 삶의 기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작가 개인의 서사이자, 동시에 우리의 서사로 확장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 무수히 쌓인 '가짜'들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혼모노』 진짜라는 말 앞에서 내가 진짜인지 되묻다

책의 초반부에서 성해나 작가는 말한다. "나는 진짜가 되고 싶었다." 너무도 단순한 문장인데도, 읽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건 단순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가 되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에 대한 고백이었고, 가짜라는 자각 속에서도 애써 버티고 있었던 지난 날들에 대한 절규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진짜를 좋아한다. ‘진정성’, ‘리얼함’, ‘날 것’, ‘본질’ 같은 단어들이 인기를 끌고, 자기다운 삶을 사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진짜일까. SNS 속 사진은 정제되고, 말은 절반쯤 가공된다. 나조차도 진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진짜가 아닌 마음으로 하루를 넘긴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진심이란, 늘 비켜가기 쉽다

『혼모노』는 누군가의 진심이 얼마나 쉽게 오해되고, 또 얼마나 쉽게 무시되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말하기,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진심은 때때로 너무 지나쳐,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는 너무 솔직해서 외로웠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숨을 삼켰다.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진심’이라는 말에 익숙하지 않다. 진심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불편을 유발하며, 관계에 금을 가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적당히 해. 너무 깊이 빠지지 마.” 하지만 그 말이 가장 아픈 건, 진짜가 되고 싶었던 사람에게였다.

성해나 작가는 그 아픔을 꾹꾹 눌러 써내려간다. 겉으로는 강하고 똑 부러지게 보이지만, 사실은 미세하게 갈라진 틈 사이로 시린 바람이 스며드는 사람. 나는 그런 그녀의 내면에 자꾸만 귀 기울이게 된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그렇게 진짜가 되고 싶어 외로워했던 적이 있으니까.

진짜는 완벽하지 않다

『혼모노』가 특별한 이유는, 이 책이 말하는 ‘진짜’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진짜란 불완전함을 껴안는 용기다. 작가는 여러 챕터에서 ‘실수’, ‘불안정’,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전의 자기계발서들이 “용기를 내라”, “당당해져라”고 말할 때, 성해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한 채로 살아도 괜찮다고 믿고 싶다.”

나는 이 문장에서 놀라운 위로를 받았다. 흔히 말하는 ‘진짜’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고, 멋있는 모습으로 상상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진짜’는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 자신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진짜는 늘 당당할 수 없다. 오히려 진짜이기에, 가끔은 부끄럽고, 가끔은 무너지고, 가끔은 숨어버린다.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한 다음, 비로소 ‘혼모노’라는 말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위한 편지다

나는 『혼모노』를 읽으며 내내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책은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작은 속삭임, 멀찍이에서 건네는 조용한 손짓 같았다.

성해나 작가는 고백하고, 다시 묻고, 때로는 애써 참은 눈물을 흘리듯 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사람의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어느 날엔 두 페이지를 읽고 덮고 싶었고, 또 다른 날엔 한 챕터를 통째로 삼켜내듯 읽었다. 그만큼 이 책은 ‘진짜’라는 단어의 무게를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진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용기의 언어다. 지금껏 어떤 책도 이런 방식으로 나를 위로해준 적이 없었다.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진짜인가?

책을 덮은 후, 나는 조용히 내 방의 조명을 끄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진짜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매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었고, 때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진심을 눌러 담은 적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고, 울고 싶을 때 웃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성해나 작가는 그런 나에게도 조용히 말해준다.

“괜찮아요. 진짜가 되려고 애쓰는 그 마음이 이미 진짜예요.”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진짜가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불완전한 지금의 모습도 ‘진짜’의 일부라고.

마무리하며 – 진짜가 되는 법은, 사실 이미 우리 안에 있다

『혼모노』는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준다. 잘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상처받았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 한 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의 작고 연약한 진심들이 용기를 얻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진짜는 점점 더 화려해지고, 단단하고, 눈부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말한다. 진짜는 그렇게 번쩍이지 않는다고. 오히려 가장 조용한 구석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피어난다고.

나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자주 무너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 나도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혼모노』는 ‘진짜가 되기 위해 지금을 견디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이미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