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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35

『결혼·여름』 – 태양 아래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법 햇빛이 너무 밝은 날, 나는 늘 이 책을 떠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펴든다.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언제나 “겨울”을 배경으로 철학적 사유를 던지는 작가들 사이에서, 이토록 밝은 햇살 아래에서 삶을 응시하는 철학자는 드물다.‘결혼’과 ‘여름’.이 낱말들은 제목만으로도 따뜻하고 온화하다.그러나 그 속엔 삶의 뿌리 깊은 비극을 직시하고도 끝내 삶을 사랑하려는 의지가 녹아 있다.『결혼·여름』 - 나는 언제 삶과 결혼했는가“태양과 바다, 그리고 무의식적 삶과의 결혼.”그 말에 나는 멈춰 섰다. 삶과의 결혼.내가 과연 삶과 결혼한 적이 있었던가?나는 늘 무언가를 조건 삼아 사랑했고,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을 배신이라 여겼다.하지만 카뮈는 말했다.“삶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되는 것이다.”『결혼·.. 2025. 4. 20.
『상실』 – 사랑을 잃고, 나를 되찾는 슬픔의 기록 “상실은 언젠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이미 나에게 일어나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감정이다.”이 문장을 내가 쓴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상실』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글 속에서 내 감정을 발견했다.이 책은 한 여자의 슬픔에 관한 기록이자, 그 슬픔을 사는 방식에 대한 차분하고도 날카로운 고백이다.그리고 동시에, 상실을 겪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의 침묵이기도 하다.상실은 나를 천천히 덮는 파도였다나도 상실을 겪은 적이 있다.그것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고그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매일 ‘사라진 한 사람’의 부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해야 했다.사람들은 말했다.“시간이 약이야.”“이제는 좀 괜찮지 않아?”하지만 조앤 디디온은 말했다.“나는 그.. 2025. 4. 20.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사랑에 대하여 “사랑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 아닐까?”이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 속으로 조용히 침잠했다.나는 사랑을 그렇게 주지 못했고, 그렇게 받지도 못했다.때로는 무겁게 얹었고, 때로는 그 무게를 원망했다.하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은 그런 사랑의 모든 순간을 ‘용서’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다시, 사랑을 믿고 싶게 했다.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사랑에 대하여사랑은 어릴 땐 환상이었다. 나이를 먹고 나선 오히려 ‘과제’였다.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조심했고, 마음을 다 주고 나선 자주 후회했다.사랑은 늘 내게 어려운 언어 같았다.그런 내게 박완서 작가의 ‘사랑’은 말이 아닌 감각으로 다가왔다.『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 2025. 4. 19.
『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어릴 땐 나이가 들면 더 단단해지고 멋있어질 줄 알았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이 든다’는 건 ‘늙는다는 것’과 같아졌다.하루가 멀다 하고 무릎이 아프고,눈가엔 웃는 법도 모르는 주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무엇보다도 지쳐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다소 도발적인 제목, 하지만 왠지 모를 희망을 주는 부제.책의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로,노화 연구의 최전선에서 ‘인류는 노화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과학자다.『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노화를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라고.. 2025. 4. 18.
『길 위의 뇌』 – 뇌가 걷는다고, 내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까? 길 위에 있을 때 나는 살아 있다고 느낀다.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무언가가 정리되고, 무언가는 흐물흐물 녹아내리고,어떤 감정은 조용히 사라진다.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를 몰랐다.그저 “걷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져.”라고 말할 뿐.그러다 정세희 작가의 『길 위의 뇌』를 만났다.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된 물음표 하나가 깨어나는 소리를 들었다.“혹시 걷는다는 건, 뇌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작업이 아닐까?”정신과 의사가 길 위에 섰을 때정세희 작가는 정신과 의사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떤 의학적 권위도 내세우지 않는다.그녀는 ‘진료실 안’이 아니라,‘거리와 광장, 골목과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를 관찰한다.책의 배경은 낯설지 않다.서울역, 노량진, 강남,.. 2025. 4. 17.
『매직필』 – 우울함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나는 '의욕 없음'이라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무언가 특별히 잘못된 일도 없었는데 모든 게 무의미했고,사람들과 만나면 더 지치고, 혼자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났다.마음은 무겁고, 생각은 멍했고, 몸은 늘 피곤했다.그래서 정신과에 갔다.의사는 ‘경도 우울증’이라고 진단했다.그리고 한 알의 약을 처방했다.“이거 드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그것이 내가 처음 만난 ‘매직필’이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요한 하리의 책 『매직필』을 읽게 되었다.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나도 그 약을 먹어봤어." 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매직필』 – 우울함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회복이 시작됐다요한 하리는 자신이 12년간 항우울제를 복용한 사람이었다.그는 자살 충동이 있을 만큼 극심한 우.. 2025.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