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 아닐까?”
이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 속으로 조용히 침잠했다.
나는 사랑을 그렇게 주지 못했고, 그렇게 받지도 못했다.
때로는 무겁게 얹었고, 때로는 그 무게를 원망했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은 그런 사랑의 모든 순간을 ‘용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믿고 싶게 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어릴 땐 환상이었다. 나이를 먹고 나선 오히려 ‘과제’였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조심했고, 마음을 다 주고 나선 자주 후회했다.
사랑은 늘 내게 어려운 언어 같았다.
그런 내게 박완서 작가의 ‘사랑’은 말이 아닌 감각으로 다가왔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가가 남긴 수많은 에세이 중,
가장 깊고 잔잔한 울림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너무도 작고 사소한 일상과 문장 속에 녹여낸다.
그렇기에 더 오래 남는다. 화려하지 않고, 명징하지 않기에 더 진실해 보인다.
사랑은 때때로 ‘잘 몰라서’ 더 아름답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을 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이 말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을 떠올렸다.
그 사람과의 기억은 희미했지만, 그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툴렀고, 무례했고, 엉망이었지만 그 안엔 진심이 있었다.
박완서 작가는 그 서툰 진심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랑만이 ‘진짜’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감성평 – 박완서의 문장은 살아서 걸어 다닌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특징은
문장이 너무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화려한 수사도 없고, 철학을 내세우지도 않지만,
글 하나하나가 삶을 걸치고 걸어 나오는 듯한 생동감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진심이 약해진다.”
- “사는 게 별 건가. 누군가에게 밥을 차려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 “미운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사랑했던 적이 있다.”
이런 문장들을 읽고 나면 ‘이런 말은 어떻게 쓰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내, ‘이런 말은 살면서 배운 것들이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 박완서, 그녀의 글이 품은 ‘온기’에 대하여
박완서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고등학교 문학 시간, 『엄마의 말뚝』이었다.
그때는 ‘리얼리즘이 강하다’, ‘여성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설명이 덧붙었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몇 해가 지나고, 나는 그녀의 글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시작으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한 말씀만 하소서』, 그리고 이 책까지.
읽을수록 느끼는 건 박완서 작가의 글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잘 읽힌다는 것이다.
그녀는 삶을 먼저 살고, 그 삶을 글로 번역해준다.
그 글들은 결코 독자를 무겁게 짓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주저앉는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가 전하는 사랑의 정의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없다.
단 한 줄도, 이게 사랑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 ‘정의 없음’이 오히려 정답처럼 느껴진다.
책을 통해 내가 느낀 박완서 작가의 사랑은 이런 것들이었다.
- 기다림을 줄 수 있는 것
- 미움마저 품을 수 있는 감정
- 혼자서도 지속할 수 있는 마음
- 무겁지 않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에게 ‘무게’로 남지 않는 사랑.
나의 경험 – 사랑을 무게로만 느꼈던 날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랐던 적이 떠올랐다.
내 마음만큼 상대도 움직이기를 원했고, 내가 준 만큼 되돌려받길 기대했다.
그런 사랑은 무거웠다. 결국엔 서로를 짓눌렀고,
그 무게에 짓눌린 사랑은 조용히 멈췄다.
그 후로 나는 마음을 덜 주게 되었고, 사랑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사랑은 무게가 아니야. 온도야.”라고 말해준 책이었다.
따뜻하면 되는 거고, 살짝 기대면 되는 거고, 서로를 놓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실용 정보 – 이 책을 더 깊이 읽기 위한 팁
- ‘사랑’만 찾지 말고 ‘일상’을 느껴라
박완서 작가의 사랑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밥상 위와 골목길에서 자란다. - 한 편씩 천천히 읽고, 바로 덮지 마라
글 하나를 읽은 후에는 1~2분 눈을 감고 떠오르는 감정을 음미해보자. - 책의 마지막 장은 ‘자기 마음에게’ 건네는 편지처럼 읽어라
이 책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내 마음을 위한 사랑’에 관한 책이다.
독자에게 – 당신은 누구의 무게였던 적이 있나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너무 무거운 사람이었을까 봐 마음 아팠던 적이 있나요?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감내했던 기억이 있나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그런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입니다.
“괜찮아요. 사랑은 그런 거예요. 너무 무겁다면, 잠시 내려놔도 돼요.”
마무리하며 – 사랑의 진짜 얼굴을 그려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게, 너에게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마음이 내 삶의 태도가 되기를 바란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그 제목처럼 조용히 다가와
우리 마음에 오래 머무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잔잔한 여운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감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