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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 사랑을 잃고, 나를 되찾는 슬픔의 기록

by rya-rya-day 2025. 4. 20.

상실 책 관련 사진
상실 책 사진

“상실은 언젠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이미 나에게 일어나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감정이다.”

이 문장을 내가 쓴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상실』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글 속에서 내 감정을 발견했다.

이 책은 한 여자의 슬픔에 관한 기록이자, 그 슬픔을 사는 방식에 대한 차분하고도 날카로운 고백이다.
그리고 동시에, 상실을 겪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의 침묵이기도 하다.

상실은 나를 천천히 덮는 파도였다

나도 상실을 겪은 적이 있다.
그것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고
그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매일 ‘사라진 한 사람’의 부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해야 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시간이 약이야.”
“이제는 좀 괜찮지 않아?”
하지만 조앤 디디온은 말했다.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시간이 모든 걸 되돌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상실』은 자기기만과 희망, 그 사이를 오가는 고통의 진실한 묘사다.
작가 조앤 디디온은 남편 존 그레고리 던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간다.

이 책은 비탄의 연대기이자, 치유의 언어다

이 책을 단순한 에세이라고 부르기엔 어렵다.
그것은 거의 의학적 보고서처럼 정확한 감정의 해부이고,
문학적인 아름다움이 서려 있는 슬픔의 족보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나는 마법 같은 생각을 했다. 그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그를 위한 신발을 버리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신발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 나는 이해했다.
그 사람이 다시 올 일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라는 믿음을 ‘이성적으로’ 치워내지 못하는 그 마음.
그건 사랑이었고, 의지였고, 애도였고, 가장 깊은 자기기만이었다.

감성평 – 조앤 디디온은 글로 숨 쉬는 사람이다

이 책은 한 단어, 한 문장도 그냥 흘려 쓴 게 없다는 느낌을 준다.
조앤 디디온은 슬픔을 무겁게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가볍게 쓰지도 않는다.

그녀의 문장은 명료하지만, 무심하지 않고
담백하지만, 뜨겁다.
슬픔이란 감정이 갖고 있는 모든 결을 정확하게 붙잡고, 투명하게 가공한 언어의 결정체다.

예를 들면:

  • “그는 방금 전에까지 살아 있었다.”
  • “인생은 어느 날 오후 5시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 “나는 슬픔이라는 말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다.”

이 책은 ‘슬픔을 인식하는 자아의 성장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경험 –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나와의 대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뒤, 슬픔은 철저히 개인의 것이었다.
누구도 내 감정을 정확히 이해해주지 못했고, 나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실』을 읽으며,
“이런 감정을 느낀 사람이 나 말고 또 있구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고립은 조금 허물어졌다.

이 책은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극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슬픔을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작가에 대해 – 조앤 디디온이라는 문장의 신뢰

조앤 디디온은 미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다.
『화이트 앨범』, 『플레이잇 애즈 잇 레이즈』 등으로 문학적 명성을 쌓았고,
『상실』로 인간적인 신뢰를 얻었다.

이 책은 2005년 전미 도서상 수상작이며, 연극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독자들의 ‘애도의 바이블’로 불린다.

“디디온은 슬픔을 ‘잘 써내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실용 정보 – 이 책을 더 깊이, 천천히 읽는 법

  • 하루에 1~2장씩, 천천히 읽기 – 일기장을 훔쳐보듯 조심스럽게
  • 읽는 동안 나의 상실을 떠올리기 – 죽음이 아니더라도 이별, 좌절, 소멸 포함
  • 줄을 긋지 말고 접어두기 – 기억 속에만 남겨둘 것
  •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에 읽기 – 디디온의 문장은 침묵 속에서 더 잘 들린다
  • 마지막 장을 덮고 10분간 감정에 머물기 – 이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

독자에게 – 당신은 무엇을 잃어본 적이 있나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단지 죽음을 경험한 이들이 아니다.
모든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 책은 위로가 된다.

  • 오랜 관계가 끝났을 때
  • 부모가 늙어가는 모습을 볼 때
  •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낄 때

『상실』은 그 모든 감정에 정확하고 조용하게 말을 걸어온다.

마무리하며 – 마법 같은 생각은 끝났고, 나는 살아간다

『상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나’에게 시선이 옮겨져 있음을 느꼈다.

조앤 디디온은 ‘상실’의 끝에서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마법 같은 생각은 끝났지만,
그 끝은 새로운 존재의 시작이었다.

상실은 끝이 아니다.
우리를 다시 존재하게 만드는 침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