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상처 위에 불어오는 문장의 바람
『바람이 분다, 가라』는 소설이지만, 시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의 조각물 같다. 한 줄,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그 문장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생채기를 감싸주는 듯한 온기를 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상실과 존재에 대한 사유 속에 잠겼고, 그렇게 나 역시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멈추지 못한 채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이 책은 읽는 내내 조용하다. 외치지 않는다. 큰 사건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장, 한 장이 무겁게 느껴진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말 없는 고통과 마주하며,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강은 그 침묵을 이야기한다. 바람처럼 조용하지만, 결코 스쳐지나가지 않는 문장으로.1.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상처 위에 불어오는 ..
202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