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유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속박을 선택한다."
알베르 카뮈의 희곡 『계엄령』은 시작부터 숨을 조여온다. 그 무대 위에는 낯선 도시가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도시에 '전염병'이라는 이름의 재앙이 닥친다. 무수히 쏟아지는 통제와 감시, 침묵 속에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 그리고 그 안에서도 끝까지 질문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너는 두려움 앞에서 어떤 존재인가?"
공포의 시대에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 『계엄령』을 읽고
『계엄령』은 1948년 발표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파시즘과 전체주의의 은유라는 해석도 있었고, 전후 유럽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 작품은 여전히 강력하다. 2020년대, 팬데믹을 경험한 우리에게 이 책은 그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죽음은 비유다. 그것은 감염이라는 형식으로 퍼지지만, 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가장 먼저 감염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사고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은 곧 복종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개인은 사라지고, 규칙과 권위, 체제만이 존재하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일들과 닮아 있다. 공포에 대한 통제, 정보의 편향,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상한 시선. 모두가 잠재적 감시자이자 방관자였던 시간. 『계엄령』의 세계는 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그 한복판에 있었다.
희곡이지만, 철학이 흐른다
카뮈는 단순히 서사를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는 철학자였고, 동시에 극작가였다. 『계엄령』은 대사를 통해 철학을 흘려보낸다. 각각의 인물은 철학적 입장을 대변한다. 어떤 이는 순응을, 어떤 이는 회의주의를, 그리고 누군가는 반항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음'이 의인화된 존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죽음은 무섭지 않다.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그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는다. 이 아이러니는 카뮈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스스로의 내면에 있는 공포와 싸우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자유를 포기한다.
나는 이 장면들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과연 불의 앞에서, 혹은 압도적인 분위기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나는 대체 무엇에 기대어 삶을 판단하고 있었는가?
디에고, 평범한 인간의 반항
이 작품의 주인공인 디에고는 특별하지 않다. 그가 위대한 리더이거나,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사랑을 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디에고가, 결국 '말하는 인간'이 된다. 그는 소리친다.
"나는 두렵지만, 침묵하지 않겠다!"
디에고의 용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그는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진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거창한 혁명보다, 개인이 자기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카뮈는 이 희곡을 통해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는 『페스트』에서 닥터 리외를 통해 말했듯, "영웅이란 없는 것이다. 단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라고. 『계엄령』 속 디에고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냥,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걸 버리지 않으려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침묵이라는 합의, 그것은 시작이었다
카뮈는 이 작품 속에서 침묵이 어떻게 체제에 의해 이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감시를 두려워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며, 결국 질문하기를 멈춘다. 그렇게 한 명씩 침묵할 때, 권력은 점점 커진다.
작품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결국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움직이고,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읽으며, 나는 현대 사회를 떠올렸다. 우리는 어쩌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계엄령'의 또 다른 버전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인의 침묵은 결국 사회 전체의 질병이 된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협조의 방식이다.
『계엄령』 이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을 덮고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카뮈는 늘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그는 결코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는 삶을 보여주고, 그 앞에서 “이제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되묻는다.
『계엄령』은 내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 공포는 항상 체제를 만든다. 하지만 그 체제는 늘 자발적인 복종 위에서 세워진다.
- 진실은 감정이 아니라 용기에서 비롯된다.
-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야 할 ‘자기다움’이다.
결론: 당신의 도시는 지금, 계엄령 상태인가?
카뮈의 『계엄령』은 결국 인간에 대한 작품이다. 그것은 '정치'의 이야기도 아니고, 단순히 ‘죽음’의 비유만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발이고 질문이다.
당신의 도시는, 당신의 내면은, 지금 계엄령 상태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