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기 전엔 이렇게까지 생각이 많아질 줄 몰랐다.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는 단순히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일하며 살아도 부자가 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꽤 큰 충격이자, 동시에 불편한 자각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익숙한 말들을 들으며 자라왔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공부해서 남 주냐”, “성공은 노력의 대가다.” 그런데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에 의문을 던진다. 아니, 솔직히 말해 거의 부정에 가깝다.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 그 이유는 단 하나, 이미 ‘부’가 있는 자들이 더 유리한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이다.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 –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분노'였다. 나의 삶과 내가 속한 계층의 현실이 숫자와 그래프 안에서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자산을 불려주고, 그 자산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상속된다. 노력해서 부자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 이미 경제적 계급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드는 불편한 진실 하나. 우리는 대부분 중산층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자산 계급’이 아닌 ‘소득 계급’이다. 월급은 한정되어 있고, 자산을 불릴 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이미 부를 쥔 사람은 부동산, 주식, 채권, 심지어 미술품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자산을 굴린다. 그 차이는 복리처럼 불어나고, 세대가 바뀔수록 더욱 커진다.
그래서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이자, 정치의 문제이며, 철학의 문제다. 이 책은 그것을 냉정한 데이터와 함께 직시하게 만든다.
자본주의는 실패하고 있는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그렇게까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정말 이 시스템이 공정한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특정 계층에게 기회와 자산이 집중되는 사회, 세금조차 부유층에게 불리하지 않게 설계된 사회.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한 자본주의일까?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자본주의는 자동으로 공정해지지 않는다. ‘시장에 맡기면 해결된다’는 말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 이 체제는 방치될수록 더 비틀어지고, 격차는 더 커진다. 책 속에서 소개된 여러 나라의 사례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불평등이 극에 달한 사회는 결국 정치적 불안정, 범죄 증가, 시민의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붕괴'로 이어지는 위험한 지점이다.
나의 깨달음 – 더 많이 알아야 더 멀리 본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내 삶의 여러 요소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얼마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나만의 ‘성공’을 위해 어떤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무엇보다, 나는 이 구조에 순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바꾸고 싶은가?
솔직히 말해, 한동안은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정확해서, 어떤 환상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은 내 사고의 한 축을 차지했다. 뉴스에서 부동산 폭등 이야기를 들을 때, 어느 지역의 교육 격차 문제가 나올 때, 이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거구나.”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체념으로 끝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통찰을 요구하며, 변화를 위한 인식의 첫걸음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해답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정치와 제도가 개입해야 하며, 시민들이 이에 대한 감시자이자 행동자가 되어야 한다.
즉, 나 혼자의 부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 부분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내 아이가 자라날 사회가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이 구조에 대해 알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출발점에서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그리고 그 숙제는 단순한 독서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