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7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나를 붙잡아준 한 권의 책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그리고 기록은 결국 나를 남긴다.”–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나를 붙잡아준 한 권의 책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제목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다짐 같지만, 어딘가 결연하고 다정했다.나는 예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쓸 이유를 잃고 있었다.SNS에 올릴 글이 아니면, 누군가 읽어줄 글이 아니면 쓸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다시 펜을 드는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선물이었다.2. 작가 소개 – 말보다 글이 먼저였던 사람김신지 작가는 기록을 삶의 방식으로 삼은 사람이다.기자, 에세이스트, 인터뷰어로 활동하며『보통의 언어들』, 『그만두는 당신에게』 등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감각을 전.. 2025. 4. 27.
『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행복은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내가 허락하는 것이다.”–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고, 마음 깊이 새긴 한 줄1. 법정 스님의 말, 여백처럼 조용히 스며들다법정 스님의 글은 언제나 고요하다.크게 주장하지 않고, 감정을 몰아치지도 않는다.그러나 읽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하고,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된다.『스스로 행복하라』는 그런 스님의 글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책이다.처음에 이 책을 여행 중 한 서점에서 만났다.책이라기보다 편지 같았다.다정한 어른이 내 어깨를 툭 치며“얘야, 조금은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2. 작가 소개 – 말 대신 삶으로 가르치던 스님법정 스님은 한국 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수행자이자 작가다.그의 글은 언제나 삶으로써 증명된 사유에서 출발한다.화려.. 2025. 4. 26.
목정원 작가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나는 왜 이렇게 말을 못했을까.왜 어떤 말은 끝내 삼켜야 했을까.그리고 왜 침묵은 종종 가장 정직했을까.”–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읽고 나에게 남긴 질문『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말할 수 없음”의 언저리에서 다시, 조심스럽게 말하기『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이 책이 말하지 않는 법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일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읽고 나서 알게 됐다.이 책은 말하지 못했던 사적인 경험, 사회적으로 말할 수 없었던 자리, 말을 빼앗긴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정세랑, 김초엽, 김하나, 박상영 등 9인의 작가가 ‘침묵’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으로,각자의 언어를 통해 “왜 우리는 어떤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2. 침묵은 곧 '지워진 서사'다우리.. 2025. 4. 25.
『끝내주는 인생』– “삶의 민낯을 사랑하는 법”을 이슬아에게 배우다 “나는 때때로, 살아가는 이 일이 대견하다고 느낀다.끝내주게 못나고 끝내주게 웃긴 내가,끝내주게 살아있다는 이 기적.”– 『끝내주는 인생』을 읽고 내 일기장에 적은 문장“삶의 민낯을 사랑하는 법”을 이슬아에게 배우다『끝내주는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잠시 멈췄다.지금 내 인생은 과연 끝내주는가?그 물음 앞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던 내게이슬아는 묻지 않는다.“너,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야.”이슬아의 글은 수다 같고 일기 같고, 웃긴데 진지하고, 맹랑한데 어딘가 짠하다.『끝내주는 인생』 역시 그런 그녀의 글맛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처음엔 웃다가, 문득 울컥하고,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는 그냥 혼잣말이 튀어나왔다.“아, 나도 잘 살아보자.”2. 작가 소개 – 이슬아, '글'로 .. 2025. 4. 25.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가 전해주는 고요한 삶의 기술 “삶을 견딘다는 건 결코 무기력하게 버티는 일이 아니다.오히려 그것은 삶의 한가운데서 단단하게 존재하는 일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스스로에게 남긴 메모1. 왜 하필 ‘견디는 기쁨’일까?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그 모순적인 조합이 낯설게 느껴졌다.“삶을 견딘다”는 말과 “기쁨”이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우리는 흔히 삶을 견딘다고 하면“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을 떠올린다.기쁨은 그 반대에 있을 것 같았다.설렘, 충만함, 환희… 같은 밝고 능동적인 단어들이 기쁨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견딘다는 건 단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그 안에서 삶을 고요하게 끌어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2. .. 2025. 4. 24.
『헝거(Hunger)』 – 무너진 몸으로 말하는 삶의 기록 “이건 너무 솔직한 이야기다.그리고 그래서, 너무 아프게 아름답다.”– 책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남긴 한 줄1.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헝거』를 읽은 후, 나는 잠시 아무 책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이 책은 ‘무거운 책’이다. 무게감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다.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을, 트라우마를, 욕망을, 수치심을, 그리고 세상의 시선을숨기지 않고, 꺼내 놓고, 발가벗긴다.그녀의 문장은 고백이고, 동시에 항변이다.독자인 나는 페이지마다 그녀의 고통과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체험을 했다.2. 작가 소개 – 록산 게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록산 게이(Roxane Gay)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교수다.그녀의 정체성은 ‘작가’보다 먼저,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증언하는 사람’이라고 생..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