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솔직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래서, 너무 아프게 아름답다.”
– 책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남긴 한 줄
1.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
『헝거』를 읽은 후, 나는 잠시 아무 책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무거운 책’이다. 무게감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다.
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을, 트라우마를, 욕망을, 수치심을, 그리고 세상의 시선을
숨기지 않고, 꺼내 놓고, 발가벗긴다.
그녀의 문장은 고백이고, 동시에 항변이다.
독자인 나는 페이지마다 그녀의 고통과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체험을 했다.
2. 작가 소개 – 록산 게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
록산 게이(Roxane Gay)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교수다.
그녀의 정체성은 ‘작가’보다 먼저,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증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나는 좋은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트라우마가 그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변화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복잡했는지,
그리고 왜 ‘거대한 몸’을 갖게 되었는지를 세상에 정확히, 적나라하게 말한다.
『헝거』는 체중 증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몸을 방패 삼아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전투 기록이다.
3. 감성평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고통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조금 망설였다.
자전적 에세이, 특히 트라우마와 관련된 책은
어떤 독자에게는 지나치게 가깝고, 어떤 독자에겐 낯설고 멀다.
나는 어디쯤일까?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 긴장을 놓지 못했다.
읽고 있는 내 시선이 혹시 ‘동정’은 아닌지,
‘감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대상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록산 게이의 글은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독자에게 판단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말하고, 고백하고, 기록했다.
그것이 유일한 치유였던 것처럼.
4. ‘몸’이라는 감옥, 혹은 방패에 대하여
『헝거』의 중심에는 ‘몸’이라는 주제가 있다.
록산 게이는 12살 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사건 이후, 그녀는 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원하지 않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그래서 먹기 시작했고, 몸은 거대해졌고,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하게 말한다.
“내 몸은 내가 만든 요새였다.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늘 몸을 평가한다.
‘날씬한 몸’, ‘건강한 몸’, ‘관리된 몸’…
하지만 『헝거』는 그 모든 프레임을 산산조각 낸다.
5. 나의 이야기 – 나는 나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헝거』를 읽으며 나는 내 몸을 떠올렸다.
나는 평생 ‘체형에 대한 불만’을 갖고 살아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살'이었고,
사진을 찍고 나면 늘 ‘지우고 싶은 부분’만 보였다.
그 모든 과정에서 한 번도 내 몸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록산 게이의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내 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동안 버텨줘서 고마워.”
6. 인상 깊은 문장들
- “나는 이 책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이 이야기를 평생 가슴에만 품고 사는 일이었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지만, 적어도 더 이상 미워하진 않기로 했다.”
- “몸은 나의 기억이다. 내가 잊고 싶은 것을 몸은 잊지 않는다.”
- “내 몸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비록 그 진실이 모두에게 불편하더라도.”
7. 실용 정보 – 『헝거』를 읽을 때 알고 있으면 좋은 점들
- 심리적 안전 확보 필요 – 성폭력, 섭식장애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오디오북 추천 –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듣는 경험은 강렬합니다.
- ‘좋은 피해자’ 담론에 대한 사전 이해 – 피해자다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체하는 책입니다.
- 함께 읽기 좋은 책 – 『마이 바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8. 독자에게 – 당신은 당신의 몸과 사이가 괜찮은가요?
『헝거』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몸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당신은 지금,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있나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굶주려 있다.
사랑, 인정, 이해, 안정, 존재에 대한 허기.
『헝거』는 그 허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그 허기를 말해야 치유가 시작된다고요.
9. 마무리하며 – 이 책은 나에게 ‘정직’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줬다
『헝거』는 읽기 쉽지 않은 책이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록산 게이는 “나를 사랑하자”는 단순한 긍정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견디자는 더 어렵고 용기 있는 말을 꺼냅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감정은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몸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담긴 역사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제 나는 내 몸 앞에서 더 정직해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몸 앞에서도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