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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32

『결혼·여름』 – 태양 아래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법 햇빛이 너무 밝은 날, 나는 늘 이 책을 떠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펴든다.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언제나 “겨울”을 배경으로 철학적 사유를 던지는 작가들 사이에서, 이토록 밝은 햇살 아래에서 삶을 응시하는 철학자는 드물다.‘결혼’과 ‘여름’.이 낱말들은 제목만으로도 따뜻하고 온화하다.그러나 그 속엔 삶의 뿌리 깊은 비극을 직시하고도 끝내 삶을 사랑하려는 의지가 녹아 있다.『결혼·여름』 - 나는 언제 삶과 결혼했는가“태양과 바다, 그리고 무의식적 삶과의 결혼.”그 말에 나는 멈춰 섰다. 삶과의 결혼.내가 과연 삶과 결혼한 적이 있었던가?나는 늘 무언가를 조건 삼아 사랑했고,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을 배신이라 여겼다.하지만 카뮈는 말했다.“삶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되는 것이다.”『결혼·.. 2025. 4. 20.
『상실』 – 사랑을 잃고, 나를 되찾는 슬픔의 기록 “상실은 언젠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이미 나에게 일어나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감정이다.”이 문장을 내가 쓴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상실』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글 속에서 내 감정을 발견했다.이 책은 한 여자의 슬픔에 관한 기록이자, 그 슬픔을 사는 방식에 대한 차분하고도 날카로운 고백이다.그리고 동시에, 상실을 겪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의 침묵이기도 하다.상실은 나를 천천히 덮는 파도였다나도 상실을 겪은 적이 있다.그것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고그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매일 ‘사라진 한 사람’의 부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해야 했다.사람들은 말했다.“시간이 약이야.”“이제는 좀 괜찮지 않아?”하지만 조앤 디디온은 말했다.“나는 그.. 2025. 4. 20.
『환자 혁명』 – 우리는 병원에 갈 때까지 환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나는 아팠다. 그것도 꽤 오래. 병명은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진단은 됐지만 치료는 안 되는’ 종류의 통증이었다.두통, 불면, 소화불량, 불안, 만성 피로…병원에서는 늘 똑같은 말을 들었다.“스트레스 때문이에요.”“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요.”“특별한 원인은 없지만, 약 드시면서 지켜보죠.”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나는 ‘환자’이면서도 아닌 듯 살았다.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환자 혁명』.제목부터가 도발적이었다. “환자? 혁명?”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나는 '아프지만 아무도 환자라 말해주지 않았던 나'를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환자란 누구인가 – ‘병원에 갈 사람’만이 환자는 아니다조한경 작가는 말한다.“당신이 병원에 가기 전, 이미 환자일 수 있다.”이 말은 내게 꽤 충격이었다.우리는 몸에 .. 2025. 4. 19.
『초록 감각』 - 나무 아래에서 눈을 감았을 때, 비로소 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아파트 베란다에서 마른 잎사귀 하나를 손끝으로 만지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왜 이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편안하지?”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식물인데.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인데. 그 안에 무언가 말 없는 에너지 같은 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순간, 나는 떠올렸다. 며칠 전 읽은 그 책. 『초록 감각』.식물을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초록 감각』은 단순한 식물 예찬 에세이가 아닙니다.이 책은 우리가 식물을 ‘감각’할 때, 실제로 몸과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입니다.저자 캐시 윌리스(Cathy Willis)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진화와 인간 행동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우리는 식물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놀랍게.. 2025. 4. 18.
『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어릴 땐 나이가 들면 더 단단해지고 멋있어질 줄 알았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이 든다’는 건 ‘늙는다는 것’과 같아졌다.하루가 멀다 하고 무릎이 아프고,눈가엔 웃는 법도 모르는 주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무엇보다도 지쳐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다소 도발적인 제목, 하지만 왠지 모를 희망을 주는 부제.책의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로,노화 연구의 최전선에서 ‘인류는 노화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과학자다.『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노화를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라고.. 2025. 4. 18.
『길 위의 뇌』 – 뇌가 걷는다고, 내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까? 길 위에 있을 때 나는 살아 있다고 느낀다.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무언가가 정리되고, 무언가는 흐물흐물 녹아내리고,어떤 감정은 조용히 사라진다.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를 몰랐다.그저 “걷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져.”라고 말할 뿐.그러다 정세희 작가의 『길 위의 뇌』를 만났다.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된 물음표 하나가 깨어나는 소리를 들었다.“혹시 걷는다는 건, 뇌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작업이 아닐까?”정신과 의사가 길 위에 섰을 때정세희 작가는 정신과 의사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떤 의학적 권위도 내세우지 않는다.그녀는 ‘진료실 안’이 아니라,‘거리와 광장, 골목과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를 관찰한다.책의 배경은 낯설지 않다.서울역, 노량진, 강남,..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