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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24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가 전해주는 고요한 삶의 기술 “삶을 견딘다는 건 결코 무기력하게 버티는 일이 아니다.오히려 그것은 삶의 한가운데서 단단하게 존재하는 일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스스로에게 남긴 메모1. 왜 하필 ‘견디는 기쁨’일까?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그 모순적인 조합이 낯설게 느껴졌다.“삶을 견딘다”는 말과 “기쁨”이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우리는 흔히 삶을 견딘다고 하면“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을 떠올린다.기쁨은 그 반대에 있을 것 같았다.설렘, 충만함, 환희… 같은 밝고 능동적인 단어들이 기쁨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견딘다는 건 단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그 안에서 삶을 고요하게 끌어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2. .. 2025. 4. 24.
『헝거(Hunger)』 – 무너진 몸으로 말하는 삶의 기록 “이건 너무 솔직한 이야기다.그리고 그래서, 너무 아프게 아름답다.”– 책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남긴 한 줄1.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헝거』를 읽은 후, 나는 잠시 아무 책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이 책은 ‘무거운 책’이다. 무게감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다.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을, 트라우마를, 욕망을, 수치심을, 그리고 세상의 시선을숨기지 않고, 꺼내 놓고, 발가벗긴다.그녀의 문장은 고백이고, 동시에 항변이다.독자인 나는 페이지마다 그녀의 고통과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체험을 했다.2. 작가 소개 – 록산 게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록산 게이(Roxane Gay)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교수다.그녀의 정체성은 ‘작가’보다 먼저,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증언하는 사람’이라고 생.. 2025. 4. 24.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의 무게에 대하여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대신, 책을 잘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를 덮으며 내 안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문장『허투루 읽지 않으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의 무게에 대하여나는 그동안 꽤 많은 ‘독서법’ 책을 읽었다.속독법, 다독법, 북노트 쓰는 법, 독서 다이어리 꾸미기까지.읽고 나면 뭔가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지만,몇 주 지나면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곤 했다.하지만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는 달랐다.이 책은 더 많이 읽는 법이 아니라,더 깊이 읽는 법,책과 나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법,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책은 도구가 아니라, 대화의 대상입니다.”2. 작가 소개 – ‘읽는 사람’을 위한 사람이 쓴 책전승민.. 2025. 4. 23.
『이명의 탄생』–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누구누구인가? “나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다.나는 나 자신 속에 수많은 자아를 감추고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이명의 탄생』–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누구누구인가?나는 언제부턴가 ‘나’를 설명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SNS에서는 친절한 나, 회사에서는 유능한 나, 친구 앞에선 조금은 냉소적인 나,그리고 혼자일 때의 쓸쓸한 나.나는 나이지만, 때론 내가 아닌 것 같았고,하루에도 여러 명이 되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행동하는 나를 보며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나는 누구인가?”그때 『이명의 탄생』을 만났다.그리고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시인-철학자-변신술사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2. 작가 소개 – 인간의 정체성에 도전한 시인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는 포르투갈 문학의 거장이다.그.. 2025. 4. 23.
손봉호 작가의 『산을 등에 지고 가려 했네』 “나는 산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결국, 그 산은 내 등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책을 읽으며 내게 떠오른 문장이었습니다.손봉호라는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 ‘윤리’를 말하는 몇 안 되는 목소리 중 하나입니다.그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저 ‘좋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묻어 있던 회색 먼지를 닦아내는 일과 같았습니다.『산을 등에 지고 가려 했네』는 그의 인생을 관통해온 질문들, 그가 세상을 향해 했던 사랑,그리고 자신에게 던졌던 차가운 반성의 기록입니다.✨ 산을 등에 지고 가려 했네 감성평 – 이 책은 눈물이 아니라, 뜨거운 침묵을 남긴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울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책장을 덮은 후, 오랜 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손봉호 작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단정합니다.어느 한.. 2025. 4. 22.
이정 작가의 『우린 너무 쉽게 불행하고 어렵게 행복하지』 “행복해지고 싶은데, 왜 이토록 어렵죠?”이 문장을 마음속으로 되뇌인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가진 사람입니다.나도 그랬습니다. 살면서 수없이 “행복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감정을 진짜로 느낀 순간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이정 작가의 『우린 너무 쉽게 불행하고 어렵게 행복하지』는 그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대신 이렇게 말해줍니다. “네가 느끼는 그 마음, 나도 알아.”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마음의 언저리’를 하나하나 따뜻하게 비추며 불행을 조금은 내려놓고, 행복을 조금은 받아들이는 법을 조용히 가르쳐줍니다.『우린 너무 쉽게 불행하고 어렵게 행복하지』 – 행복은 멀지 않지만, 우리가 너무 바빠서 모를 뿐이다책을 펼쳤을 때, 나.. 202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