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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취미9

『모비딕』 – 고래를 쫓는 인간, 혹은 인간을 쫓는 고래 처음 『모비딕』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하나의 거대한 ‘모험소설’을 기대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내들의 항해, 흰 고래를 둘러싼 치열한 추격전, 풍랑과 폭풍, 선박의 비명과 선원들의 거친 숨소리. 그러나 몇 장을 넘기자마자 나는 금세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고래잡이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끝내 설명하지 못하는 세계, 우리 내면의 어둠, 집착과 운명, 신과 허무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존재의 수수께끼를 좇는 정신의 항해였다.『모비딕』은 읽을수록 바다가 아닌, 인간의 내면으로 깊이 잠수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에이허브 선장'이라는 폭풍 같은 인물이 있다. 그는 모비딕이라는 흰 고래를 쫓지만, 사실은 그 고래 너머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모비딕』 – .. 2025. 4. 10.
『이방인』 –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끝내 침묵하는 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이방인』의 첫 문장은 너무도 담담하게 시작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그저 그런 일상’처럼 말하는 주인공 뫼르소의 어조는 독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말이 가능할까?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이 질문이 엇나간 것임을 깨달았다. 뫼르소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이방인』은 말 그대로 ‘타자’의 이야기다. 인간 사회라는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규범이나 정서에서 벗어난 자의 이야기. 그러나 단순히 ‘이질적인 사람’이 아닌, 철저하게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으며, 진실하게 살아가려 한 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이방인』 –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끝내 침묵하는 자.. 2025. 4. 10.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나 자신을 마주하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 처음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고전 호러소설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중인격, 광기, 살인, 도덕과 본능의 충돌. 흔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차용된 ‘지킬과 하이드’의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은 어느 순간 진부한 상징이 되어버렸고, 너무 익숙해서 도리어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하이드’가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느꼈기 때문이다.이 소설은 단순히 ‘착한 의사’와 ‘악한 괴물’의 대립 구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가장 본질적인 투쟁을 그려낸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억압과 충동, 사회성과 본능 사이에서 찢겨 나가는 한 인간의 고통이다. 그리고 지.. 2025.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