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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잃어버린 감각을 건네는 문장의 온도 처음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을 때, 나는 마치 어딘가 차가운 물 속에 조용히 잠긴 느낌이었다.삶의 온도는 36.5도라지만, 이 책 속 문장들은 그보다 더 서늘한, 그러나 놀랍도록 부드럽고 정직한 체온을 갖고 있었다.책을 덮고 나서도 나는 오랫동안 어떤 문장 하나를 마음속에서 되뇌었다.“그것은 너무 작고, 너무 조용해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이 문장 하나로 나는 한강의 세계 안으로, 조용히, 그러나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잃어버린 감각을 건네는 문장의 온도『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한강 작가가 1990년대 초중반에 발표한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하지만 이 시집은 단순한 ‘초기작의 아카이브’가 아니다.오히려 한강 문학의 뿌리, 혹은 감정의 최초의.. 2025. 4. 11.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상처 위에 불어오는 문장의 바람 『바람이 분다, 가라』는 소설이지만, 시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의 조각물 같다. 한 줄,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그 문장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생채기를 감싸주는 듯한 온기를 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상실과 존재에 대한 사유 속에 잠겼고, 그렇게 나 역시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멈추지 못한 채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이 책은 읽는 내내 조용하다. 외치지 않는다. 큰 사건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장, 한 장이 무겁게 느껴진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말 없는 고통과 마주하며,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강은 그 침묵을 이야기한다. 바람처럼 조용하지만, 결코 스쳐지나가지 않는 문장으로.1.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상처 위에 불어오는 .. 202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