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이었다.
하루의 첫 기운은 무기력, 점심 무렵엔 졸음과 전투,
저녁엔 배고픔과 후회.
이런 일상의 리듬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원인을 단 한 단어로 지적하는 사람을 만났다. “당질” 이라고.
『저탄 김밥』이라는 다소 귀여운 제목의 책은,
생각보다 대단히 실용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품고 있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삶의 속도를 바꾸자”는 이 책은
저자 임은진, 건강기자이자 당질 제한식 실천가가
직접 몸으로 겪고 기록한 일상의 레시피이자 생활 개선서다.
『저탄 김밥: 저속노화 당질제한식』 – 밥 대신 삶을 싸는 연습, 저탄수화물 김밥으로 시작해보다
책의 첫 느낌은 ‘진짜 이게 될까?’라는 의심이었다.
김밥이라고 하면, 밥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그 밥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도
맛있고 건강한 김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임은진 작가는 ‘탄수화물 중독자’였다고 고백한다.
밥, 빵, 면 없이는 한 끼도 버티지 못하던 사람이
어느 날,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 이유 없이 붓는 얼굴
- 점점 피로가 누적되는 아침
- 불안정한 혈당
- 늘어나는 체지방
그 원인은 명확했다.
탄수화물 과다. 그리고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과다.
저탄수화물 + 저속노화 = 저탄 김밥의 철학
책의 핵심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줄이자”가 아니다.
‘노화를 늦추자’, ‘건강한 대사를 회복하자’는 삶의 태도 전환에 가깝다.
임은진 작가는 자신이 저탄 식단을 시작하면서 경험한 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 공복 시간이 길어도 허기가 없다
- 오후 졸림이 사라졌다
- 식사 후 무기력함이 줄었다
- 뇌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
- ‘탄수화물 없이는 못 살아’는 단단한 믿음이 무너졌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김밥 한 줄이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김밥 한 줄이 바꾼 식사의 철학
책에는 수십 가지 저탄 김밥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레시피가 단순히 요리를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식사의 구조와 의미를 바꾸는 사고 훈련에 가깝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 밥 대신 달걀 지단이나 채소 퓨레를 넣는다
- 속재료의 단맛은 자연 식재료(단호박, 당근 등)로 보완한다
- 지방은 두려워하지 말고, 좋은 지방(올리브유, 들기름)을 적극 활용한다
-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균형 있게 조합한다
이런 조합은 단순한 요리법을 넘어
탄수화물에 중독된 미각을 다시 교정하는 ‘재교육’ 과정이다.
특히 나는 책 속의 ‘닭가슴살 마요 김밥’이나
‘아보카도 들기름 김밥’,
‘표고버섯 크림 김밥’ 같은 레시피를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밥이 없어도 식사가 완성될 수 있다’는 감각을 체득하게 됐다.
식사의 중심축을 바꾸는 연습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음의 ‘중심 바꾸기’를 실천했다.
- 무엇을 먹느냐에서 ‘어떤 연료를 넣느냐’로 사고 전환
- 포만감의 기준 재정의
- 식욕 조절은 의지가 아닌 구조의 문제
- 요리를 통한 주도권 회복
이 과정은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서
나를 나답게 회복하는 건강 루틴 만들기였다.
‘저탄 김밥’은 결국, 나를 위한 작은 혁명이다
처음엔 단지 흥미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몇 주간 실천하고 나니,
이 책이 말하는 건 단지 “김밥에 밥을 빼자”가 아니었다.
이건 나를 중심에 두는 연습이었다.
- 식사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일
- 정제된 탄수화물로부터 거리를 두는 일
- 공복을 불편한 상태가 아닌, 치유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일
- 식사를 ‘몸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일
이 모든 변화는 김밥 한 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마무리하며 – 밥을 빼고, 삶을 채워 넣다
『저탄 김밥』은 요리책이 아니다.
삶의 구조를 바꾸는 요리형 인문서다.
특히 나처럼 하루 3끼를 습관처럼, 혹은 감정처럼 먹던 사람에게
‘식사의 의미’를 다시 묻는 책이다.
“식사 한 끼가 당신의 하루를,
하루가 당신의 노화를 바꾼다.”
나는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왜 그토록 반복된 다이어트 실패가
‘식단’이 아니라 ‘패턴’의 문제였는지를.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다이어트 앱도 아니고, PT 등록도 아니고,
김밥 한 줄을 어떻게 말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밥을 빼고, 나를 채우는 연습.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