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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by rya-rya-day 2025. 4. 14.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책 관련 사진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책 사진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
의사이자, 그것도 미국 UCLA 의대에서 40년 넘게 강의한 교수가
자신이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쳤다’고 선언한다는 건
상당히 무게감 있는 고백이었고, 동시에 도발적이었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고 나는, 이 책을 ‘고백록’이나 ‘의학 비판서’라고만 보기엔
너무나 깊고 통찰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은 로버트 러프킨 교수가 의료 시스템, 의학 교육, 건강 신화, 그리고 인간 중심적 의학에 대해
자신이 지난 수십 년간 믿어왔고, 가르쳐왔던 내용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그 속에 내재한 ‘거짓’ 혹은 ‘불완전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은 정말 진실이었을까

러프킨 교수가 말하는 ‘거짓말’은 명백한 악의에서 비롯된 거짓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몰랐거나, 편리하거나, 구조에 길들여진 채 반복된 오류의 누적이다.

그는 우리가 의료 시스템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관념들—예를 들어,

  • “약은 항상 이롭다”
  •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건강해진다”
  • “지방은 몸에 해롭다”
  • “식사는 3끼, 균형 있게 먹어야 한다”
  •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다”
  • “당뇨는 유전이며 피할 수 없는 질병이다”

이런 ‘상식’들이 실은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산업적 논리에 의해 왜곡되어 의료 교육에 깊게 뿌리내렸다고 주장한다.

“나는 의대에서 배운 대로, 가르친 대로 학생들에게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진실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의사의 말을 ‘진리’처럼 듣는다.
그들은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가이며, 우리는 환자니까.
하지만 그 ‘전문가’조차 한 시대의 오류 위에 지식을 세웠을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왜 현대 의학은 만성질환에 무기력한가?”

이 책의 가장 큰 의문 제기 중 하나는,
왜 현대 의학이 예방보다는 치료에만 집중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러프킨은 특히 만성질환—당뇨, 비만,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암에 대해
현재 의료 시스템이 지나치게 약물 중심, 증상 중심,
‘문제를 발견하면 고친다’는 공학적 접근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왜 우리는 환자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대신,
병이 생긴 후에야 치료하는 데 몰두하는가?”

그리고 그 답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것은 의학계가 아니라, 제약회사와 보험사, 식품 산업 등과 얽힌 자본 구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비용이 발생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수익이 창출된다.
병을 막는 것은 산업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건강을 위해 해왔다고 믿었던 수많은 노력들이,
실은 누군가의 이윤을 위해 설계된 거짓일 수도 있겠구나.”

“콜레스테롤, 당뇨, 지방...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일까?”

러프킨은 특히 콜레스테롤과 지방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의대에서 배운 “콜레스테롤은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명제 자체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산업적 필요에 의해 반복되어온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많은 메타분석과 임상 데이터를 제시하며
건강한 지방 섭취가 심혈관 건강에 유익할 수 있으며,
문제는 단순히 지방이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과 고도 가공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당뇨는 단지 유전병이 아니다.
대부분은 라이프스타일 질환이다.
그런데 우리는 환자에게 식단을 바꾸라고 말하기보다,
인슐린을 주입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는 의사로서의 자신의 한계도 고백한다.
그 역시 오랜 시간, 환자에게 처방전만 내주고,
생활습관 개선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조언만 건넸던 과거를 반성한다.

“의사는 환자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책 후반부에서 러프킨은 의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더 이상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건강의 길을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선택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원했던 의료의 방향이 아닐까.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을 읽고 난 후의 변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 병원에 갈 때 무작정 수동적으로 의사의 말만 듣지 않게 됐다.
  • 건강정보를 접할 때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 ‘좋다고 하니까 먹는 영양제’를 멈추고, 내 몸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 내 건강을 책임지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이 책은 단지 ‘의료 시스템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성찰서다.
그리고 그 ‘진실’들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냉철하지만 따뜻한 고백이다.

마무리하며 – 거짓은 시스템이 만든다. 그러나 진실은 개인이 찾는다

“나는 의사로서 너무 오랫동안 시스템을 믿었다.
그리고 환자들에게도 그 시스템을 믿으라고 가르쳤다.
이제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은 스스로 질문할 권리가 있고,
당신의 몸은 당신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병에 걸릴 때만 의료를 생각하지 않고,
건강할 때부터 나의 선택이 어떻게 나의 삶을 바꾸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시스템에 속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의학이라는 지식의 껍질을 벗기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살아있는 진실’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