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묘하다.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기보다, 오히려 좀 불편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래 남고, 결국 변화라는 방향으로 내 삶을 조금씩 움직인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The Tools)』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멘탈 코치나 자기계발서의 어투로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가 아니라,
“당신은 지금 왜 멈췄는지를 먼저 들여다보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 ‘마주쳤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의 특정한 시기,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고,
다시 단단해지고 싶은 갈망만 남아 있을 때,
나는 이 책을 우연히—or 아마도 필연적으로—읽게 되었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고통을 도구 삼아 내면을 단련하는 법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기본적으로 ‘도구(The Tools)’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인 필 스터츠는 단순한 분석이나 통찰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지만, 정작 실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섯 가지 도구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도구들의 전제는 명확하다.
삶은 불편하고, 불확실하며,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을 회피하는 대신 ‘직면’할 수 있어야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책의 첫 장부터 등장하는 ‘회피 욕망’은 나의 뒷덜미를 정확히 잡아챘다.
나는 늘 계획만 세우고, 결정을 미루고, 변화는 다음 달부터 하겠다는 습관으로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스터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당신이 가장 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그 질문을 받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도구 1 – ‘역설의 힘’ : 고통을 통과하는 연습
첫 번째 도구는 단순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다.
스터츠는 고통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고통을 통과해라. 오히려 그 안으로 뛰어들어라.”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도구는 생각보다 논리적이었다.
고통은 우리가 피할수록 커진다.
피하면 피할수록, 우리 머릿속에서 그 고통은 괴물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니 차라리 들어가서 그 실체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스터츠는 우리가 고통을 직접 경험할 때,
그 고통은 생각보다 짧고, 빠르게 지나가며,
그 안에서 우리는 기묘한 활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나는 이 도구를 작은 습관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미뤄두었던 전화, 정리하지 못한 방, 말해야 하지만 말하지 못한 한 마디.
하루에 하나씩, 고통 속으로 들어가 보기.
놀랍게도, 그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내가 나를 이겨냈다’는 감각을 얻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고통을 통과한 뒤에야 생기는 것이었다.
도구 2 – ‘내면의 권위’를 키우는 법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다 포기할 때,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온갖 이유를 갖다 댄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좀 더 준비가 되면 시작할 거야.”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잖아.”
스터츠는 이 모든 말들이 내면의 목소리 중 ‘비활성의 자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 비활성의 자아는 변화보다 안정, 시도보다 멈춤을 선택한다.
그에 반해, 우리 안에는 늘 ‘힘의 원형’이 존재한다.
어디선가 삶을 주도하고 싶어하는,
결국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하는 목소리.
이 도구는 그 ‘힘의 원형’을 깨우는 훈련이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 안의 스승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 파트를 읽고 나는 놀랐다.
나는 늘 ‘자기애’라는 것을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좋아하려면 잘해야 하고, 잘 보이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터츠는 말한다.
“내면의 권위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떨궜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오래 외면해 왔던 것이다.
도구 3 – ‘행동하는 영혼’으로 살아가기
이 도구는 나에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챕터였다.
필 스터츠는 ‘행동’을 단지 실행력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동은 우리의 영혼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다.
이 도구는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다.
우울함, 무기력함, 자기혐오, 두려움 같은 감정은
‘머무름’ 속에서 점점 커진다.
그는 행동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라고 말한다.
마치 정서가 아니라 신체를 먼저 움직이는 요가나 명상처럼,
먼저 움직이면 마음이 따라온다.
이 말을 믿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봤다.
- 피곤해도 침대 정리를 먼저 한다.
- 걱정되면 앉아서 메모부터 한다.
- 불안하면 산책을 한다.
기적처럼 삶이 변한 건 아니지만,
놀랍게도 내가 ‘움직였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면강화다.
“당신의 그림자를 껴안으세요.”
책 후반부에는 ‘그림자(Shadow)’ 개념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읽는 내내 숨이 막혔다.
왜냐하면 이 그림자는 내가 숨기고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미워했던 나,
열등감으로 숨겼던 나,
누군가와 비교하며 작아졌던 나.
스터츠는 그 그림자를 껴안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인정해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자기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내 속의 어두운 감정들을 억눌렀다.
하지만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나를 조종했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스터츠의 조언은 명확하다.
“그림자는 없앨 수 없다. 다만 껴안을 수 있을 뿐이다.”
그 말이 이렇게 따뜻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마무리하며 – 이 책은 ‘도구’가 아니라 ‘거울’이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실용적 도구서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심리학적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깨닫는다.
이 책은 도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거울을 들이민다.
그 거울 앞에 서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제 피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고통을 통과하려고 한다.
나는 이제 내 그림자와 대화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비로소 조금 더 나답게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그 길을 알려준다.
아주 다정하게,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