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들엔, 누군가의 말 한마디보다 조용한 문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파타 PATA』는 그런 책이다. 감정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구간을 담담하게 지나가며, 말로 다 하지 못했던 감정의 파편들을 조용히 건져 올려준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짧고, 너무 감성적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이 책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나의 슬픔을 알아봐주는 순간처럼.
『파타 PATA』 -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
‘파타’라는 단어는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독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여백이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검색해도 명확한 정의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이 책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타’는 곧 내가 붙이는 의미,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쯤 스쳐간 감정, 혹은 지금도 가슴 한켠을 막연하게 차지하고 있는 정체 모를 무언가였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경험하지만, 그중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엉켜버리고, 말로 꺼내는 순간 그 무게가 반감되기도 한다. 『파타 PATA』는 그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이름도 붙이지 않은 채 껴안는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더 슬프다. 마치 "이 감정이 꼭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페이지마다, 나를 꺼내어 읽는 시간
책을 넘기다 보면 짧은 문장들이 툭툭 등장한다. 처음엔 그저 SNS에서 흔히 보던 감성적인 문장들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곱씹다 보면 그 문장들이 전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늘도 괜찮은 척 하느라 수고했어요.” 이 문장을 보고 책을 덮었다. 괜찮은 척. 그 말 속엔 얼마나 많은 감정이 숨어 있을까. 분노, 우울, 포기, 자기비하, 그리고 희망까지. 모든 걸 품은 그 짧은 한 문장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무너뜨린다.
『파타 PATA』는 독자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아주 조용히, 아주 사적으로. "당신의 파타는 무엇인가요?" 책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질문은 무겁고 어렵지만, 동시에 필요한 물음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내 마음을 외면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고백이자, 나의 거울 같은 글
책은 마치 누군가의 고백처럼 구성되어 있다.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일기 같은 문장들. 어떤 글은 슬픔을 머금고 있고, 어떤 글은 희망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하지만 모든 글은 진실하다. 그 진실함이 사람을 움직인다. 글쓴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상상하다 보면, 그가 겪었을 외로움이나 망설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파타 PATA』를 읽으며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너무 아파서 말하지 못했던 일들,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매듭들. 그런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따라가며 나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쓴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에게 쓰는 편지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문장들
요즘 사람들은 다들 바쁘고, 혼자다. 어떤 외로움은 말로 해도 전해지지 않고, 어떤 고통은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 하지만 『파타 PATA』는 그 모든 것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줘서’ 고마운 책이다. 내 이야기를 다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요. 많이 힘들었죠."라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처럼.
그게 이 책의 진짜 힘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혼자가 아니라는 이상한 확신이 든다. 내 고통이 특별하지 않다는 건, 곧 누군가도 이 아픔을 겪었고, 견뎌냈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위로다.
결론: 삶은 이해할 수 없지만, 살아낼 수는 있다
『파타 PATA』는 어떤 삶의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은 원래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조용히 위로한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다가오는 이 책은,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괜찮아, 너는 충분해’라고 속삭여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파타 PATA』는 단순히 감성적인 책이 아니다. 삶의 밑바닥을 내려가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고, 그런 문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위로를 받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오늘을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허전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이 느끼는 그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바로 그것이 파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