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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에너지』 – 정신 건강, 그 시작은 ‘뇌의 연료’에서 출발한다

by rya-rya-day 2025. 4. 14.

브레인 에너지 책 관련 사진
브레인 에너지 책 사진

“혹시 당신이 우울한 이유가, 당신의 뇌에 에너지가 부족해서라면요?”

이 질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멍해졌다.
우울감, 불안, 주의력 저하, 조울증, 심지어 정신분열증까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정신적’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까 ‘마음의 병’.
그러니까 ‘심리적 결함’ 혹은 ‘내면의 어둠’.

하지만 크리스토퍼 M. 팔머 박사의 『브레인 에너지』는,
그 통념을 철저히 뒤집는다.
우리가 ‘정신질환’이라 부르는 거의 모든 증상들이,
사실은 뇌의 에너지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결과일 수 있다는 주장.

놀라웠다.
그리고 동시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겪었던 수많은 감정의 파도들,
그게 단지 내가 약해서 그런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희망.

『브레인 에너지』 – 정신 건강, 그 시작은 ‘뇌의 연료’에서 출발한다

책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모든 정신질환은 '뇌의 에너지 대사 이상'에서 출발한다.

팔머 박사는 정신과 의사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다.
수십 년간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치료해 왔고,
그중 상당수가 약물로도, 상담으로도, 변화하지 않는 ‘고위험군’이었다.

“왜 어떤 환자들은 항우울제, 항불안제, 심지어 전기충격요법까지 써도 호전되지 않을까?”

답은 ‘마음’이 아니라 ‘에너지’에 있었다.
그는 케톤 식이요법(저탄고지 기반의 식사)이 정신질환 환자에게 놀라운 효과를 보인 사례를 발견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대사질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정신과 뇌는 따로 있지 않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십 년간 교육받은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이 얼마나 낡은 것인지 느꼈다.
우리는 흔히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마음이 아프면 심리 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뇌는 신체기관이고, 우리의 생각·감정·충동은 ‘뇌의 전기적 활동’이라는 엄연한 생물학적 반응이다.

책은 이를 다음과 같은 과학적 근거로 설명한다.

  • 우울증 환자의 뇌는 포도당 대사율이 현저히 낮다
  • 조현병 환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져 있다
  • 알츠하이머, 파킨슨, ADHD 역시 대사 이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 케톤은 뇌세포를 보호하고 회복시킨다

뇌가 충분히 에너지를 만들고, 그것을 잘 쓸 수 있는 상태일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도 안정되고, 충동도 조절되며, 인지 능력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에너지 시스템’이라는 전혀 새로운 관점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우울감이나 불안은 단지 내 감정 상태라고 여겼다.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자기 확신이 없거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감정은 뇌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감정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생물학적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뇌세포가 회복되지 않는다
  •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뇌로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 미토콘드리아가 약하면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영양소가 부족하면 신경전달물질 합성이 줄어든다

이것은 단순히 ‘건강하자’는 조언이 아니다.
감정과 사고의 기반인 뇌 자체가 손상받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케톤 식이요법은 왜 뇌를 살리는가?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케톤’이다.
우리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몸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케톤체가 생성된다.

팔머 박사는 이 케톤이 뇌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되살리고, 신경염증을 줄이며, 뉴런의 구조적 회복까지 돕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사례도 등장한다.

  • 20년 넘게 조울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온 환자가 케토제닉 식단으로 몇 개월 만에 정상화
  • 약물 내성이 있던 조현병 환자가 식이요법과 수면·운동 개선을 통해 회복
  •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인지 능력이 향상됨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 ‘생리학적 회복’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변화 – 뇌를 위한 삶의 리셋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일상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 나는 얼마나 정제탄수화물을 먹고 있었는가?
  • 나는 얼마나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을 유지하고 있었는가?
  • 나는 지금 내 뇌에 좋은 연료를 주고 있는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저녁마다 먹던 단 음식 끊기.
그리고 간헐적 단식과 아침 햇빛 노출.
무엇보다도 탄수화물 위주였던 식단을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2주쯤 지나자 확실한 변화가 느껴졌다.

  •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가벼워졌고
  • 하루 종일 느껴지던 무기력이 줄어들었고
  • 집중력이 향상되었으며
  • 기분의 기복이 확연히 줄었다

나는 뇌가 ‘화학적 균형’을 넘어,
에너지 균형 속에서 작동하는 유기적 생명체라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당신이 병든 게 아니다. 당신의 뇌가 굶주려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의 가장 따뜻한 메시지는,
‘정신질환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우울한 사람에게 ‘기운 내라’고 말했고,
불안한 사람에게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라’고 충고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에너지가 고갈된 뇌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무지일 뿐만 아니라, 폭력이다.

“정신건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세포 단위의 회복이다.”

이 말은 희망이다.
회복은 가능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에너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마무리하며 – 뇌를 먼저 회복하라, 그러면 마음이 따라온다

『브레인 에너지』는
그 어떤 정신건강 서적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이며,
동시에 철학적이고 인간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감정을 달리 보게 되었고,
내가 만든 생활 습관이 결국 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울과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버티고 있는 이들,
약에만 의존하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
‘왜 이렇게까지 힘들까’를 되묻는 모든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다.

“뇌가 충분히 에너지를 얻으면, 마음은 저절로 회복된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회복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