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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늙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아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

by rya-rya-day 2025. 4. 14.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책 관련 사진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책 사진

나는 “노화”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사람 중 하나였다.
젊음을 유지하는 법, 동안 피부, 20대 체형 유지하기, 항산화 음식…
그런 콘텐츠를 스크롤하며 한때 나도 “노화를 늦춘다”는 말에 집착했다.

그러다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안티에이징 가이드가 아니다.
말하자면, “삶의 속도와 리듬을 다시 짚어보는 생애 설계서”에 가깝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늙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아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

책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정희원 교수는 노인의학을 전공한 내과 의사로,
노화와 만성질환, 건강 수명에 대해 진료실에서 수천 명을 만나온 사람이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그 속도는 각자 다릅니다. 당신은 어떤 쪽인가요?"

이 질문이 내 마음을 콕 찔렀다.
노화를 막는 것에만 관심 있었지,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노화를 피하려는 게 아니라,
노화를 ‘디자인’하는 개념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단순히 ‘주름을 없애자’는 미용의 접근이 아니라,
몸의 리듬과 삶의 구조를 ‘덜 망가지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실천이 된다.

"건강 수명"이라는 단어가 내게 와닿기 시작했다

책에는 “기대 수명”보다 “건강 수명”이 훨씬 중요하다고 나온다.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됐지만,
그 긴 노년이 의존적인 상태로 흘러간다면 그것이 과연 ‘축복’일까?

“정말 중요한 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존엄하게 살아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고 나는 멍해졌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분은 80세가 넘도록 혼자 사셨고, 정정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골절과 입원 이후, 빠르게 기력이 쇠했고
그 이후 삶은 단순한 생존에 가까웠다.

정희원 교수는 그 원인을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노화는 작은 변화들의 총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는 대부분 ‘습관’에서 온다고 강조한다.

"노화의 시작은 근육의 퇴화부터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 중 하나는 ‘근감소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근육을 “젊음”이나 “운동선수의 상징”으로 보지만,
정 교수는 “근육은 생존의 기반”이라고 말한다.

“근육은 나이 들수록 보석처럼 소중해지는 자산입니다.”

책에 따르면, 30대부터 근육량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고,
60대 이후엔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근육이 줄어든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면 낙상 위험이 커지고,
낙상은 곧장 ‘의존적 노화’의 시작이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복잡한 헬스장 루틴을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강조한다.

  • 양치할 때 한쪽 다리 들고 균형 잡기
  • 매일 15분 걷기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 물건 들 때 스쿼트 자세로 허벅지 자극하기

이런 조언은 단순하지만,
‘일상과 건강을 엮는 기술’로서 매우 실용적이다.

"습관은 하루를 바꾸고, 하루는 수명을 바꾼다"

책을 읽으며 가장 위안이 되었던 건,
정희원 작가가 절대 독자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건강에 무관심했던 건,
어쩌면 너무 많은 정보에 지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책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 단 한 가지 습관만 바꿔보세요.”
그게 식습관이든, 수면 패턴이든, 감정일기든 괜찮습니다.

책은 다음과 같은 습관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 당이 높은 음식 줄이기 (당뇨, 염증, 노화 속도와 직결)
  • 수면의 질 개선하기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 분비 회복)
  • 소식과 단식 리듬 갖기 (세포의 자가청소 기능 활성화)
  • 걷기와 일상 속 유산소 활동
  • 낙관적 사고방식을 연습하는 글쓰기

‘늙는다’는 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정희원 작가는 점점 더 철학적이 된다.
그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늙고 싶은가요?”

나는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마트에 가고, 책을 읽고, 친구와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책은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습관이라는 것.
그리고 그 습관은, 오늘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이건 나이든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30대, 40대, 심지어 20대에게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무리하며 –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내가 고마워하게 하자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은,
그저 건강해지자는 말로 끝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내게 “늙는다는 것”에 대한 존엄과 품격을 가르쳐줬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늙지 않기 위해’ 허우적대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자연스럽게, 단단하게” 늙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이 듦이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리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이 듦은 고장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당신은 그 변화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어느새 내 노후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