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삶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덮쳐오는 격류처럼,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이 뒤엉켰다.
그리고 마침, 정대건 작가의 『급류』를 만났다.
이 책은 마치 그런 내 마음을 미리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묵직한 파동으로 다가왔다.
『급류』는 단순히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
작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 사회가 강요하는 선택의 폭력성, 그리고 그 속에서도 놓치지 않아야 할 '나 자신'의 진심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급류』, 정대건 – 시대의 불안과 인간의 진심을 응시하다
작품 속 주인공은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일상은 무심한 듯, 조용히 금이 가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좀 더 버텨보면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아니, 이 흐름은 버틴다고 멈추지 않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을 여러 번 마주해야 했다.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지만, 때때로 나조차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은 삶의 방향조차 사실은 타인의 시선과 시스템 속 규칙이 만들어준 것 아닐까.
정대건 작가는 그런 질문을 조심스럽지만 날카롭게 던진다.
『급류』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흐름’에 떠밀리고 있다.
그 물살은 사회, 관계, 경제, 세상의 ‘정상’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실은 각자의 존재를 지워가는 힘이다.
독백처럼 흐르는 문장, 물처럼 스며드는 진심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바로 문장이다.
짧고 단호한 문장들은 독백 같지만, 그 안엔 강한 호소력이 있다.
작가의 문체는 과장하지 않지만, 깊다. 조용한 문장들이 나를 멈추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씩 나를 없애고 있었다.”
이 한 줄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는 지금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있나.
내 감정? 내 시간?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
그만큼 감정의 결이 날카롭고, 또 진실했기 때문이다.
감정에 솔직하다는 건 단지 ‘감정을 드러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끝까지 따라간다는 뜻임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급류』를 읽고 난 후, 나의 삶도 질문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묘한 점은, 다 읽고 난 뒤가 더 강렬하다는 것이다.
작품을 덮고 난 뒤에도 내 삶의 단어들이 새삼스럽게 낯설게 다가왔다.
‘안정’, ‘성공’, ‘정상’, ‘희망’ 같은 단어들 말이다.
우리는 흔히 그 단어들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정대건 작가는 묻는다.
그 단어들은 정말 ‘내가 바라는 삶’에서 나온 말이냐고.
결국 『급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 대신, ‘왜 그렇게 살아가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하루아침에 풀 수 없는 무거운 것이지만,
그 무게를 짊어진 채 흘러가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독자에게 던지는 조용한 외침
『급류』를 통해 정대건 작가는 우리 모두가 삶의 한가운데서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매일 조금씩 흘러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목적도 없이.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멈춰야 한다’는 신호가 온다.
그 순간, 우리는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급류』는 누군가의 인생을 구원하는 대단한 메시지를 내세우진 않는다.
대신 아주 작고 정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다. 그 불안 속에서도, 네가 느끼는 건 틀리지 않았다.”
마무리하며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용기를 얻었다.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진심을 붙잡고 흐름에 맞서려는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그 태도가 진짜 어른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책 이상의 책’이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